여름이 시작되면 어린이집·문화센터에서 “수족구 환자 발생” 안내문이 오기 시작해요. 아기 입 안에 물집이 생기고 갑자기 열이 오르면 수족구인지 헤르팡지나인지 헷갈리시죠. 두 병 모두 엔테로바이러스(장 바이러스 계열) 감염이라 원인 바이러스가 사촌 관계지만, 발진 위치와 합병증 위험이 결정적으로 달라요. 어떻게 구분하고, 어떻게 관리하고, 언제 응급실로 가야 하는지 차근차근 짚어드릴게요.
수족구 vs 헤르팡지나 vs 일반 구내염 — 한눈에 비교
세 가지 모두 입 안에 물집·궤양이 생겨서 처음엔 헷갈려요.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물집의 위치예요.
| 구분 | 수족구병 | 헤르팡지나 | 일반 구내염 |
|---|---|---|---|
| 원인 | 콕사키바이러스 A16, EV71 | 콕사키바이러스 A군 | 다양 (스트레스·면역 등) |
| 발진 위치 | 손·발·입·엉덩이·무릎 | 목 안쪽 (연구개·편도)만 | 입술·뺨 안쪽 1–2개 |
| 발열 | 38–39℃ | 갑작스러운 39–40℃ | 보통 없음 |
| 자연 회복 | 7–10일 | 7–10일 | 7–14일 |
| 전염력 | 매우 강함 | 매우 강함 | 거의 없음 |
| 합병증 위험 | EV71 — 뇌염·심근염 (드묾) | 매우 드묾 | 없음 |
| 격리 권장 | 발열·물집 진정 시까지 | 발열·식이 정상화까지 | 불필요 |
손발에 발진이 없으면 헤르팡지나일 가능성이 커요. 헤르팡지나는 입을 벌려야만 물집이 보이는데, 위치가 목 안쪽이라 잘 안 보여서 단순 인후염으로 오해하기 쉬워요. 아기가 갑자기 고열이 나면서 침을 흘리고 안 먹으면 입 안을 손전등으로 비춰서 확인해보세요.
수족구병의 자세한 가정 관리는 수족구병 가이드에서 더 깊게 다뤘어요. 이번 글은 두 병의 감별과 응급 신호에 집중해서 풀어드릴게요.
수족구병 — 손·발·입·엉덩이 전체에 물집
수족구병은 콕사키바이러스 A16과 엔테로바이러스 71(EV71)이 가장 흔한 원인이에요. 5세 미만 영유아에서 가장 잘 걸리고, 여름–초가을(6–9월)에 유행해요.
전형적인 증상 진행
- 1–2일째: 갑작스러운 발열(38–39℃), 보챔, 식욕 저하, 목 아픔
- 2–3일째: 입 안(혀·뺨 안쪽·잇몸)에 붉은 반점 → 작은 물집 → 터지면서 아픈 궤양
- 3–4일째: 손바닥·발바닥에 붉은 반점 + 작은 물집. 손가락·발가락 옆쪽, 엉덩이·무릎·허벅지에도 발진
- 5–7일째: 발진이 가라앉고 딱지로 변함
- 7–10일째: 자연 회복
손발의 물집은 입 안과 달리 통증·가려움이 거의 없어요. 입 안 통증 때문에 안 먹고 침을 많이 흘리는 게 가장 큰 고생이에요.
콕사키바이러스 A6 변이형은 발진이 더 넓게 퍼지고, 회복 후 1–2개월 뒤 손발톱이 벗겨지는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어요. 통증·기능 이상은 없으니 자연스럽게 새 손톱이 자라요.
헤르팡지나 — 목 안쪽 깊숙이에만 물집
헤르팡지나도 콕사키바이러스 A군이 일으키는 바이러스 감염이에요. 수족구와 같은 계열이지만 증상이 목 안쪽에만 국한돼요. 1–3세 영유아에서 가장 흔하고, 마찬가지로 여름–초가을에 유행해요.
전형적인 증상 진행
- 1일째: 갑작스러운 고열(39–40℃) — 수족구보다 더 급격해요
- 1–2일째: 목 아픔, 침 많이 흘림, 식욕 저하, 보챔
- 2–3일째: 입을 벌리면 목 안쪽 연구개(입천장 뒤쪽)·편도·구개수(목젖) 주변에 작은 물집·궤양
- 4–5일째: 발열 가라앉기 시작, 입 안 통증도 줄어듦
- 7–10일째: 자연 회복
손·발·엉덩이엔 발진이 없어요. 이게 수족구와의 결정적 차이예요. 헤르팡지나만 단독으로 걸리면 발진이 없으니 부모님이 “그냥 인후염인 줄 알았어요”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목 안쪽 물집이 보통 5–10개 정도 있고, 회색·노란빛 가장자리에 붉은 테가 둘러져요. 손전등으로 비춰보시면 보여요. 아기가 입을 안 벌리려고 하면 무리하지 마시고 진료실에서 확인받으시는 게 정확해요.
응급 신호 —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할 5가지
대부분의 수족구·헤르팡지나는 집에서 관리하면 7–10일에 자연 회복되지만, 드물게 EV71에 의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요. 다음 5가지 신호 중 하나라도 있으면 즉시 응급실로 가주세요.
1. 39℃ 이상 고열 3일 이상 지속
해열제(아세트아미노펜)를 줬는데도 39℃ 이상이 3일 이상 빠지지 않거나, 한 번 내려갔다가 다시 39℃ 이상으로 오르는 경우예요. 일반 수족구·헤르팡지나는 보통 3일 안에 발열이 가라앉아요. 그 이상 지속되면 EV71 합병증 또는 세균 중복 감염 가능성을 확인해야 해요.
2. 탈수 신호 — 소변 감소·축 처짐
입 안 통증 때문에 안 먹고 안 마시면 빠르게 탈수가 진행돼요. 다음 중 하나라도 보이면 즉시 응급실:
- 소변이 6–8시간 이상 없거나 평소의 절반 이하
- 울어도 눈물이 거의 안 나옴
- 입술·입 안이 건조하고 끈끈함
- 손발이 차갑고 모세혈관 재충혈 시간이 3초 이상 (손등 눌렀다 떼면 색이 돌아오는 시간)
- 아기가 축 처져서 반응이 둔하거나 깨워도 잘 안 일어남
3. 신경 증상 — EV71 뇌염 신호
엔테로바이러스 71형이 신경계를 침범하면 다음 증상이 나타나요. 단 하나라도 보이면 즉시 응급실로 가주세요.
- 경련·발작: 팔다리를 떨거나 갑자기 의식을 잃음
- 반복 구토: 음식을 먹지 않았는데도 3회 이상 토함
- 목 뻣뻣함: 턱을 가슴에 닿게 하려 하면 못 굽힘 — 뇌수막염 신호
- 빛 극도로 싫어함: 눈을 못 뜨고 어두운 곳으로만 가려고 함
- 사지 떨림(myoclonic jerk): 잠들 때 팔다리가 갑자기 움찔거리는 게 평소보다 잦고 큼
4. 심근염 신호 — 호흡·순환 이상
EV71은 드물게 심근염을 일으킬 수 있어요. 다음 신호는 즉시 119:
- 호흡이 빠르고 가쁨 (영아 60회/분 이상, 유아 40회/분 이상)
- 입술·손톱이 푸르스름함 (청색증)
- 얼굴이 창백하고 식은땀
- 가슴이 빨리 뛰는 게 옷 위로 보임
- 갑자기 늘어져 의식이 흐려짐
5. 입 안 출혈·고름 — 세균 중복 감염
물집이 터진 자리에 노란 고름이 생기거나 잇몸에서 피가 나면 세균 감염이 더해진 신호예요. 항생제 처방이 필요할 수 있어서 빠른 진료가 좋아요.
영아 발열 단계별 응급 판단은 영아 발열관리 가이드에서 더 자세히 다뤘어요.
통증 관리 — 아세트아미노펜이 표준
수족구·헤르팡지나의 가장 큰 고생은 입 안 통증이에요. 통증 때문에 안 먹고 안 마시면 탈수로 이어져요. 진통·해열에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챔프 시럽 등)**이 가장 안전한 표준 처방이에요.
아세트아미노펜 사용 룰
- 용량은 체중 1kg당 10–15mg, 4–6시간 간격
- 하루 최대 4회까지
- 정확한 용량은 약 포장지에 적힌 체중표를 따라주세요
- 빈 속에 줘도 OK
- 한국에선 시럽(시럽제) 형태가 영유아에게 가장 흔히 처방돼요
6개월 이상 아기라면 이부프로펜(부루펜, 맥시부펜 등)도 사용 가능해요. 이부프로펜은 항염 작용이 더 강해서 통증이 심할 때 도움이 돼요. 다만 탈수 상태에선 신장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충분한 수분 보충이 전제예요.
아스피린은 절대 사용하지 마세요. 어린이에게 사용하면 라이 증후군(간·뇌 손상)이라는 드물지만 치명적인 합병증 위험이 있어요.
수분·식이 — 차갑고 부드럽게
입 안 통증 때문에 거부하는 아기에게 무리해서 먹이지 마세요. 차갑고 부드러운 음식을 작은 양으로 자주 시도하시는 게 핵심이에요.
추천 음식
| 분류 | 예시 |
|---|---|
| 차가운 액체 | 시원한 모유·분유·미온수·이온 음료(페디알라이트 등) |
| 부드러운 음식 | 요거트·푸딩·아이스크림·차가운 두부·달걀찜·바나나·아보카도 |
| 죽·국 | 미지근하거나 약간 차가운 흰죽·미음·달걀국 |
| 자극 적은 과일 | 잘 익은 바나나·복숭아·수박 (산미 없는 것) |
피해야 할 음식
| 분류 | 이유 |
|---|---|
| 산성 음료·과일 | 오렌지·레몬·토마토·키위 — 물집 자극·통증 악화 |
| 짠 음식 | 라면·국·짠 반찬 — 궤양 자극 |
| 딱딱한 음식 | 토스트·과자·견과류 — 입 안 상처 |
| 너무 뜨거운 음식 | 뜨거운 죽·국 — 통증 악화 |
차가운 우유나 요거트를 작은 스푼으로 자주 떠먹이시면 통증이 줄어 잘 먹어요. 빨대 컵보다 작은 스푼이나 컵으로 마시는 게 입 안 자극이 적어요.
수분이 부족하면 탈수가 빠르게 진행되니, 6시간 동안 소변 한 번이 기준이에요. 6시간 넘게 소변이 없으면 의사 상담을 받아주세요.
어린이집 격리 — 보통 5–7일
국내 지침상 수족구·헤르팡지나는 법정 감염병이 아니라 출석 정지 의무는 없어요. 다만 다른 아이를 위해 다음 기준이 가라앉을 때까지 등원을 삼가는 게 표준이에요.
- 발열이 24시간 이상 없을 것 (해열제 없이)
- 입 안 물집이 가라앉아 음식·물을 정상적으로 먹을 수 있을 것
- 손발 물집이 딱지로 변해 진물이 없을 것
보통 증상 시작 후 5–7일 정도 걸려요. 정확한 등원 기준은 어린이집·유치원마다 정책이 달라서 입소 시 미리 확인하시고, 의심 증상이 보이면 바로 알려주세요.
다만 한 가지 유의점 — 대변으로 바이러스가 회복 후에도 4–6주간 배출돼요. 그래서 어린이집에서 기저귀 갈고 나서 손 씻기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다른 아이에게 옮길 수 있어요. 등원 시작 후에도 가정에서 손 씻기를 유지하시고, 어린이집에도 회복 후 위생 관리를 부탁드리시면 좋아요.
가족 전염 예방 — 손 씻기가 첫 번째
수족구·헤르팡지나는 전염력이 매우 강해서 한 명이 걸리면 같은 가정 다른 아이도 70% 이상 옮아요. 부모님도 노출돼요. 손 씻기가 가장 강력한 예방법이에요.
손 씻기 룰
- 비누로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씻기
- 알코올 손소독제는 엔테로바이러스에 효과가 떨어져요 — 비누 손 씻기 우선
- 특히 다음 시점에 꼭:
- 기저귀 갈고 나서
- 아기 입·코 닦아주고 나서
- 식사 준비 전후
- 외출 후 집에 들어왔을 때
가정 위생
- 수건·식기·칫솔 따로 사용
- 아기 침·물집 진물이 묻은 옷·이불은 분리 세탁 (60℃ 이상 뜨거운 물)
- 장난감은 0.05% 표백제 용액(가정용 락스 1:50 희석)으로 닦기 — 알코올보다 엔테로바이러스에 더 강해요
- 화장실·욕실 표면도 표백제로 닦기
형제·자매가 있다면
- 형제·자매를 같은 방에 두지 말고, 가능하면 침구·장난감 분리
- 아픈 아이가 만진 장난감은 매일 소독
- 둘 다 입맞춤·뺨 대기 자제
임산부 가족
수족구·헤르팡지나가 산모에게 옮으면 보통 가벼운 증상이지만, 출산 가까이 감염되면 신생아에게 전파될 위험이 있어요. 신생아 감염은 드물게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어 산부인과에 미리 알리세요. 가족 중 의심 증상이 있으면 산모와 거리를 두고 손 씻기를 더 철저히 해주세요.
자주 하는 오해
수족구·헤르팡지나는 항생제로 빨리 나을 수 있다.
둘 다 바이러스 감염이라 항생제는 효과가 없어요. 항생제는 세균 감염 시에만 도움이 돼요. 통증 관리(아세트아미노펜)와 수분 유지가 표준이고, 7–10일이면 자연 회복돼요. 의사 진찰 없이 가정에 남은 항생제를 임의로 주시는 건 권장 드리지 않아요.
물집을 빨리 가라앉히려면 연고를 발라야 한다.
수족구·헤르팡지나 물집에 연고를 바르는 건 권장되지 않아요. 자연스럽게 터지고 딱지로 변하는 게 정상적인 회복 과정이에요. 손발 물집은 통증이 거의 없고, 입 안 물집은 연고로 닿게 하기 어려워요. 통증 관리는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입 안은 차가운 음식으로 도와주세요.
수족구는 한 번 걸리면 면역이 생겨 다시 안 걸린다.
수족구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여러 종류(콕사키 A16·A6·A10, EV71 등)이라 한 가지에 면역이 생겨도 다른 종에 다시 걸릴 수 있어요. 한 시즌에 두 번 걸리는 아기도 가끔 있어요. 면역이 생겨도 평생 가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약해질 수 있어요.
마무리 — 러베의 한마디
아기 입 안에 물집이 생기고 갑자기 열이 오르면 부모님은 진짜 당황스러우시죠. 다행히 수족구도 헤르팡지나도 대부분 7–10일이면 자연스럽게 좋아져요. 가장 중요한 건 응급 신호 5가지를 꼭 기억해두시는 거예요. 39℃ 이상 고열 3일, 탈수, 신경 증상, 호흡 이상, 입 안 출혈·고름. 이 다섯 중 하나만 보여도 망설이지 마시고 응급실로 가주세요. 그리고 손 씻기 30초만 챙기시면 가족이 줄줄이 걸리는 사태도 막을 수 있어요. 이번 여름도 우리 아기 건강하게 지나가시길 응원할게요.
References
-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Hand, Foot, and Mouth Disease. In: Red Book: 2021 Report of the Committee on Infectious Diseases. 32nd ed. AAP; 2021.
- CDC. Hand, Foot, and Mouth Disease (HFMD).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2023. URL
- CDC. Herpangina.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2023. URL
- World Health Organization. A Guide to Clinical Management and Public Health Response for Hand, Foot and Mouth Disease (HFMD). WHO; 2011. URL
-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소아청소년 감염질환 진료 권고안. 2022.
- 질병관리청. 수족구병 관리지침. 질병관리청; 2023. URL
- Solomon T, et al. Virology, epidemiology, pathogenesis, and control of enterovirus 71. Lancet Infect Dis. 2010;10(11):778–790. DOI · PMID 2096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