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빠질 이인데요”라는 말은 치과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이에요. 그런데 유치가 언제 빠지는지를 실제로 세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이 글에서는 유치를 지키는 이유를 남은 기간이라는 숫자로 먼저 확인하고, 때우기에서 크라운과 신경 치료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어디인지, 아이가 치료를 견디기 어려울 때 선택지가 무엇인지, 그리고 치료 당일과 그 뒤 며칠을 어떻게 보내면 되는지까지 순서대로 짚어볼게요.

유치를 지키는 이유는 남은 기간에 있어요

유치는 생후 6개월 무렵부터 나기 시작해서 만 6세 전후부터 하나씩 빠져요. 그런데 앞니가 먼저 빠지고 어금니는 나중이라, 유치 어금니는 만 10–12세까지 쓰게 돼요. 두 돌 아기의 어금니에 충치가 생겼다면 그 치아는 앞으로 8년 넘게 더 써야 하는 치아예요. “어차피 빠질 이”라고 하기에는 남은 기간이 길어요.

유치가 하는 일은 씹기만이 아니에요. 그 아래에서 자라는 영구치가 나올 자리를 잡아두는 역할이 있어요. 충치로 유치를 일찍 빼면 양옆 치아가 빈자리 쪽으로 서서히 기울어지고, 나중에 영구치가 올라올 공간이 좁아져요. 그래서 부득이하게 유치를 뺐다면 공간 유지 장치를 넣어 자리를 대신 지켜두는 처치를 하기도 해요.

발음과 먹는 일에도 영향이 있어요. 한쪽 치아가 아파서 반대쪽으로만 씹는 습관이 이어지면 턱 쓰는 방향이 한쪽으로 치우치고, 아픈 것을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아기는 밥을 덜 먹거나 밤에 자주 깨는 모습으로만 신호를 보내기도 해요. 치아 표면이 녹기 시작한 초기 단계라면 아직 되돌릴 수 있는데, 그 기준은 아기 치아 하얀 반점과 초기 충치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어요.

처치가 갈리는 지점은 신경에 닿았는가예요

치과에서 정하는 처치는 충치가 어디까지 진행했는지와 남은 치아 구조가 얼마나 되는지, 이 두 가지로 갈려요.

단계치아 상태처치보통 걸리는 시간
표면이 녹기 시작함하얗고 탁한 반점, 구멍은 없음불소 도포와 양치 관리로 지켜봐요방문 10–15분
법랑질에 구멍겉층에만 구멍이 생김썩은 부분을 걷어내고 레진으로 때워요치아당 20–30분
상아질까지 진행속층까지 넓게 무너짐때우거나, 범위가 넓으면 기성 크라운을 씌워요치아당 30–40분
신경에 닿음찬 것에 오래 시리고 밤에 아파함신경 치료 뒤 크라운으로 마무리해요1–2회 방문
뿌리 주변까지 염증잇몸에 물집, 얼굴이 부음염증을 가라앉힌 뒤 치료하거나 발치해요여러 회 방문

부모님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줄은 세 번째와 네 번째 사이예요. 같은 어금니인데 어떤 아이는 때우고 끝나고 어떤 아이는 크라운을 씌우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때우는 재료는 남아 있는 치아 벽에 붙여 채우는 방식이라, 벽이 얇아지거나 여러 면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요. 그럴 때는 치아 전체를 덮어주는 기성 크라운이 오히려 다시 치료할 일을 줄여줘요.

유치에 쓰는 기성 크라운은 미리 만들어진 금속관을 치아 크기에 맞춰 씌우는 방식이에요. 유치가 빠질 때 함께 빠지도록 되어 있어서 그 아래 영구치 싹에 영향을 주지 않아요. 앞니처럼 보이는 자리에는 흰색으로 덮인 크라운을 쓰기도 하고요.

신경 치료는 어른의 신경 치료와 조금 달라요. 유치는 뿌리가 나중에 저절로 녹아 없어지는 구조라, 염증이 신경 윗부분에만 있으면 그 부분만 정리하고 약을 넣어 마무리하는 방식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어느 방식으로 할지는 엑스레이로 뿌리 주변과 그 아래 영구치 싹까지 확인한 뒤에 정해요.

아이가 견디기 어려울 때의 선택지

치료 계획이 정해져도 아이가 입을 벌리지 않으면 진행이 안 돼요. 소아치과에서는 아이의 나이와 치료할 양, 협조 정도를 보고 아래 중에서 방법을 골라요.

방법어떤 상태인가요이럴 때 고려해요
행동 조절만깨어 있고 설명을 들으며 진행해요치료할 곳이 한두 군데이고 아이가 앉아 있을 수 있을 때
웃음가스코로 들이마시고 깨어 있어요. 끝나면 금방 회복돼요긴장이 높지만 대화는 되는 아이
먹는 진정제졸린 상태로 진행하고 몇 시간 처져 있어요어리고 울음이 심해 기구가 들어가기 어려울 때
전신마취잠든 상태에서 한 번에 끝내요치료할 치아가 여러 개이거나 아주 어릴 때

진정 요법과 전신마취는 무섭게 들리지만, 우는 아이를 여러 번 붙잡고 반복하는 것보다 안전하고 덜 힘든 선택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대신 준비가 필요해요. 전날 밤부터 정해진 시간 동안 금식해야 하고, 감기나 기침이 있으면 날짜를 미뤄요. 끝난 뒤에는 회복실에서 깨어나는 것을 확인하고 몇 시간은 지켜봐야 하고요.

어느 쪽을 고르든 진료실에서 물어보실 것은 세 가지예요.

  • 그날 몇 개의 치아를 어떤 순서로 치료하는지
  • 아이가 깨어 있는 상태로 얼마나 앉아 있어야 하는지
  • 다음 방문이 언제이고 그때는 무엇을 하는지

이 세 가지가 정해지면 부모님도 아이에게 미리 설명해줄 수 있어요. 처음 치과를 고르는 기준과 검진 간격은 아기 첫 치과 방문 시기와 충치 예방에 정리되어 있어요.

예약한 날까지, 집에서 할 수 있는 것

치과 예약이 몇 주 뒤로 잡히는 경우가 많아요. 그 사이에 충치가 갑자기 커지지는 않지만, 진행 속도를 늦추는 일은 집에서 하실 수 있어요. 방향은 두 가지예요. 치아 표면이 산에 잠기는 시간을 줄이는 것과, 녹은 표면을 다시 채워주는 불소를 매일 닿게 하는 것이에요.

간식은 양보다 횟수를 줄여주세요. 하루 종일 조금씩 집어 먹는 쪽이 한 번에 먹는 것보다 치아에는 불리해요. 단것을 먹을 때마다 입안이 산성으로 기울어 표면이 녹는 시간이 생기고, 침이 그 산을 씻어내고 표면을 다시 채우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간식은 식사 직후로 모아주시고, 사이사이에는 물이나 보리차를 주세요. 자기 전에 먹는 단 음료는 특히 피해주시는 편이 좋아요. 자는 동안에는 침이 거의 나오지 않아 산이 그대로 남아 있게 돼요.

불소가 든 치약은 이 시기에 가장 값을 해요. 첫 치아가 나면서부터 쓸 수 있고, 만 3세 전에는 쌀알 크기, 만 3–6세는 완두콩 크기가 기준이에요. 닦은 뒤 물로 여러 번 헹구면 불소가 씻겨 나가니, 뱉어내는 정도로 마무리하시면 돼요. 이미 충치가 있는 자리는 칫솔이 닿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서, 그 치아를 먼저 닦고 나머지로 넘어가시는 순서가 실용적이에요.

아이가 아파하는 신호도 함께 봐주세요. 찬물을 마실 때 잠깐 움찔하는 정도는 예약일까지 기다리셔도 되지만, 아래 중 하나라도 보이면 예약을 앞당기거나 바로 진료를 받으셔야 해요.

  • 밤에 아파서 깨거나 낮에도 계속 보채요
  • 한쪽으로만 씹거나 그 쪽으로 먹기를 거부해요
  • 잇몸에 물집 같은 주머니가 생겼어요
  • 볼이나 얼굴 한쪽이 부었어요

마지막 두 가지는 뿌리 주변까지 염증이 퍼진 신호라 기다리는 선택지가 없어요. 열이 함께 나면 그날 안에 진료를 받아주세요.

치료 당일과 그 뒤 며칠

마취를 했다면 감각이 돌아올 때까지 한두 시간은 먹이지 말아주세요. 입술이나 볼이 얼얼한 상태에서는 씹어도 아픈 줄 몰라서 상처가 나요. 아이가 입술을 자꾸 깨물거나 잡아당기면 거울을 보여주면서 감각이 곧 돌아온다고 알려주시면 도움이 돼요.

감각이 돌아오면 미지근하고 부드러운 음식부터 시작해주세요. 죽·달걀찜·요구르트처럼 씹는 힘이 덜 드는 것이 좋아요. 크라운을 씌운 날은 아주 질기거나 끈적한 음식을 피해주시고요. 잇몸이 조금 얼얼하거나 씹을 때 어색한 느낌은 며칠 안에 가라앉아요. 다만 며칠이 지나도 그 치아로 씹기를 피하거나, 밤에 아파서 깨거나, 잇몸이 부으면 다시 진료를 받으셔야 해요.

치료가 끝났다고 충치가 다시 안 생기는 것은 아니에요. 때운 자리의 경계와 크라운 가장자리는 오히려 찌꺼기가 모이기 쉬운 자리라 양치를 더 챙겨야 해요. 자기 전 마지막 한 번은 부모님이 마무리해주시고, 치아 사이가 붙어 있는 어금니는 치실이 닿아야 해요. 칫솔과 치약 고르는 법, 아이가 거부할 때 자세 잡는 법은 아기 양치 시작 시기와 칫솔·치약에서 다뤘고, 간식이 잦아지는 시기의 관리는 단 음식이 치아에 남는 시간을 함께 보시면 좋아요.

비용은 처치 종류와 치아 개수에 따라 차이가 커요. 2017년부터 만 5세 이하 유치의 복합레진 충전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고, 기성 크라운과 신경 치료도 급여 항목이에요. 반대로 불소 도포와 진정 요법은 대체로 비급여라 병원마다 달라요. 적용 범위와 연령 기준은 제도가 바뀌면서 달라지기도 해서,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어느 항목이 보험이 되는지 병원에 한 번 물어보시는 편이 좋아요.

자주 하는 오해

오해

유치는 어차피 빠지니까 심해지면 그때 빼면 된다.

사실

유치를 일찍 빼면 양옆 치아가 빈자리로 기울어져 영구치가 나올 공간이 좁아져요. 어금니 유치는 만 10–12세까지 쓰는 치아라 남은 기간도 길어요. 뺄 수밖에 없을 때는 공간 유지 장치로 자리를 지켜두기도 해요.

오해

아이가 아프다고 하지 않으면 충치가 심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통증은 충치가 신경 가까이 갔을 때 나타나는 늦은 신호예요. 그 전까지는 아프지 않은 채로 속에서 넓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아프기 전에 정기 검진으로 확인하는 것이 기준이에요.

오해

치과에서 크라운을 권하는 건 과잉 치료다.

사실

치아 벽이 여러 면에서 무너진 상태에서는 때운 재료가 오래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요. 그러면 같은 치아를 반복해서 치료하게 되고 아이가 치과에 앉아 있는 시간만 늘어나요. 남은 구조가 얼마나 되는지를 함께 보여달라고 하시면 이해가 쉬워요.

러베의 한마디

유치 치료를 앞두고 망설이시는 마음은 아이가 겪을 시간이 걱정돼서일 거예요. 그런데 충치는 기다린다고 멈추지 않고, 미룰수록 아이가 치과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이 길어져요. 지금 한 번 때우고 끝나는 단계인지 먼저 확인해보시고, 치료가 끝난 뒤에는 자기 전 양치 한 번을 되찾는 것으로 마무리하시면 돼요. 아이도 부모님도 잘 지나가실 거예요.

References

  1.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 Dentistry. Policy on Early Childhood Caries (ECC): Classifications, Consequences, and Preventive Strategies. The Reference Manual of Pediatric Dentistry. URL
  2.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 Dentistry. Best Practices on Pulp Therapy for Primary and Immature Permanent Teeth. URL
  3. 대한소아치과학회. 영유아 구강 건강 관리 권고안. URL
  4. 보건복지부. 아동 치과 주치의 및 광중합형 복합레진 충전 건강보험 적용 안내. 2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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