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낳은 안도감과 함께 태반 만출이라는 마지막 단계가 남아 있어요. 분만 3기는 시간상으로는 짧지만 산후 출혈을 예방한다는 점에서 산모 회복의 출발점이 되는 매우 중요한 단계예요. 이 시기에 자궁이 잘 수축하고 태반이 빠짐없이 분리돼야 이후 출혈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어요.
3기 분만이란
분만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뉘어요. 1기는 자궁문(자궁경부)이 0cm에서 10cm까지 열리는 가장 긴 단계, 2기는 자궁문이 완전히 열린 후 아기가 산도를 따라 나오는 단계, 그리고 3기는 아기가 태어난 직후 태반이 나오는 단계를 말해요. 한국 의학 용어로는 3기를 후산(後産) 혹은 후산기라고도 불러요.

태반은 임신 기간 내내 아기에게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일종의 생명선 역할을 했어요. 아기가 태어난 직후에도 자궁은 계속 수축을 이어가는데, 이 수축이 태반과 자궁벽 사이의 혈관을 닫아주면서 태반을 자연스럽게 분리시키고 출혈을 멈추는 역할을 함께 해줘요.
태반 분리의 신호로는 자궁이 위로 올라가면서 형태가 둥글게 변하는 것, 외부에 보이는 탯줄이 5–10cm 정도 더 길어 보이는 것, 그리고 소량의 신선한 출혈이 흘러나오는 것 등이 있어요. 분만 의료진은 이러한 분리 징후를 직접 확인하면서 무리하게 끌어내지 않고 적절한 시점에만 처치를 진행해요.
소요 시간
일반적으로 아기 출산 후 5–30분 이내에 태반이 만출돼요. 초산보다는 이미 한 번 분만 경험이 있는 경산에서 자궁이 더 효율적으로 수축하는 경향이 있어 만출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은 경우가 많아요.
30분 이상이 지나도 태반이 나오지 않는 상태를 태반 정체(retained placenta)라고 해요. 이 경우 자궁 수축이 약하거나 태반 일부가 자궁벽에 비정상적으로 붙어 있을 가능성이 있어 의료진의 적극적인 처치가 필요해요. 태반 정체가 길어지면 자궁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해 심각한 산후 출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판단이 중요해요.
태반 만출 방법 — 두 가지 접근
적극적 관리(active management of the third stage)는 현재 대부분의 산원에서 기본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이에요. 아기가 나오는 순간 또는 태반 분리 신호 확인 후 옥시토신(자궁 수축 호르몬)을 주사해 자궁 수축을 촉진해요. 통제된 탯줄 견인으로 태반 만출을 유도해요. 자궁저부 마사지로 자궁 수축을 유지해요. 연구에 따르면 적극적 관리가 생리적 관리에 비해 산후 출혈 위험을 유의하게 줄여요.
생리적 관리(physiological/expectant management)는 약물 없이 자연 자궁 수축으로 태반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방식이에요. 중력, 수유(수유 시 옥시토신이 자연 분비됨), 자연 수축이 태반 만출을 돕도록 해요. 적극적 관리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출혈 위험이 약간 높을 수 있어요. 특정 상황이나 출산 계획에 따라 산부인과 의사·조산사와 상의해 결정할 수 있어요.
태반 완전 만출 확인
의료진이 태반이 완전히 나왔는지 꼼꼼히 확인해요. 태반은 태아면(아기 쪽), 모체면(자궁벽 쪽)을 모두 육안으로 검사하고, 태반 조각이 남아 있지 않은지 확인해요. 태반 조각이 자궁 안에 남아 있는 상태(잔류 태반)는 자궁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게 해 산후 출혈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예요.
잔류 태반이 의심되면 초음파로 확인하거나 자궁 안을 직접 확인하는 처치(수동 태반 제거, 자궁 내막 소파술)가 필요할 수 있어요.
태반 유착 — 드물지만 심각한 상황
태반이 자궁벽에 비정상적으로 깊이 착상된 경우를 유착 태반(accreta spectrum disorder)이라고 해요. 유착 태반, 감입 태반, 천공 태반으로 정도가 구분돼요. 이전 제왕절개 흉터 부위에 태반이 착상한 경우에 위험이 높아요.
유착 태반은 태반 만출이 되지 않거나, 무리하게 제거하면 대량 출혈이 발생해요. 경우에 따라 자궁 절제가 불가피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에요. 임신 중 산전 초음파로 의심 사례를 조기 파악해 분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해요.
태반 만출 후 처치
태반이 나오면 자궁 수축 유지를 위한 옥시토신 정맥 주사를 일정 시간 계속 투여해요. 자궁이 단단히 수축해야 태반이 떨어진 자리의 혈관이 닫혀 출혈이 빠르게 멈추기 때문에, 이 단계의 약물 처치는 산후 출혈 예방의 핵심이에요.
회음부나 자궁경관 열상이 있다면 의료진이 꼼꼼히 확인한 뒤 봉합해요. 출혈량은 자궁 마사지와 함께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산모의 혈압·맥박·자궁 단단함도 함께 평가해요. 분만 후 첫 2시간(산후 즉각 회복 시간)이 산후 출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위험 시기여서 산모는 보통 회복실에서 집중 관찰을 받게 돼요.
탯줄 늦게 자르기
태반 만출 전이나 만출 중 탯줄을 어떻게 처치할지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어요. 탯줄 늦게 자르기(delayed cord clamping, DCC)는 출생 직후 곧바로 탯줄을 자르는 대신 1–3분 정도 기다린 뒤 자르는 방법을 말해요.
이 짧은 시간 동안 태반에 남아 있던 혈액이 아기에게 추가로 이동해 신생아의 철분 저장량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이 보고됐어요. 특히 출생 후 첫 6개월간의 빈혈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데이터가 누적돼 있어요. 아기 상태가 양호하고 즉각적인 신생아 소생술이 필요 없는 경우, WHO·ACOG 등 국제 산부인과 단체들도 권고하는 방법이에요.
산후 출혈 관련 정보는 산후출혈 가이드에서, 자연분만 과정 전반은 자연분만 과정 가이드에서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