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6–7개월쯤 거울 속 다리에 푸르고 구불구불한 혈관이 도드라지고, 저녁마다 다리가 묵직하게 욱신거리면 그냥 붓는 건지 혈관에 문제가 생긴 건지 헷갈리시죠. “출산하면 좋아져요”라는 말만으로는 그 사이 몇 달을 어떻게 지내야 할지 막막하실 수 있어요. 그래서 이 글은 정맥류가 생기는 원리부터 짚고, 매일 할 수 있는 관리와 바로 진료가 필요한 신호를 나눠서 정리했어요. 부츠와 기모 레깅스, 전기장판을 꺼내는 추운 계절에 다리를 어떻게 챙기면 좋을지도 따로 담았어요.
임신 중 하지정맥류가 생기는 이유
임신 중 하지정맥류는 단순히 “다리가 부었다”가 아니라 다리 정맥 안의 판막이 늘어나서 혈액이 위로 잘 올라가지 못하고 고이는 상태예요. 임신은 이 정맥 시스템에 동시에 세 가지 부담을 주는 시기라서, 평생 정맥류가 한 번도 없으셨던 분도 임신 후반기에 처음 경험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첫째 부담은 자궁의 직접 압박이에요. 임신 20주가 지나면 자궁이 골반을 넘어서서 복부 깊숙이 자리한 하대정맥(다리에서 심장으로 혈액이 돌아오는 큰 정맥)을 지속적으로 눌러요. 특히 등을 대고 누우시면 자궁 무게가 그대로 하대정맥을 압박해서 다리 정맥 안의 압력이 평소보다 높아져요. 이 상태가 매일 몇 시간씩 이어지면 정맥 벽이 늘어나고 판막이 헐거워지는 거예요.
둘째 부담은 혈액량 증가예요. 임신 중에는 태반과 태아에게 충분한 혈류를 보내기 위해 엄마 몸의 혈액량이 임신 전보다 절반 가까이 늘어나요. 다리에서 심장으로 돌아와야 할 혈액의 양 자체가 많아져서, 정맥에 가해지는 압력도 자연스럽게 커져요. 같은 굵기의 호스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물이 흐른다고 생각해주시면 비슷한 이미지예요.
셋째 부담은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이에요. 임신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이 호르몬은 자궁뿐 아니라 온몸의 평활근(혈관·장 벽을 이루는 근육)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정맥 벽도 함께 느슨해져요. 평소엔 탄력 있게 버티던 정맥이 늘어난 혈류와 자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확장되는 거예요.
여기에 타고난 체질이 더해지면 위험이 더 커져요. 어머니나 자매가 임신 중 정맥류를 겪으셨다면 본인도 생길 가능성이 높고, 다음과 같은 경우에도 부담이 쌓여요.
- 임신 횟수가 많아질수록
-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직업일수록
- 임신 전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 쌍둥이 이상을 임신해서 자궁이 더 커지고 혈액량도 더 늘어날수록
부위별 정맥류 — 다리만 생기는 게 아니에요
임신 중 정맥류는 다리에만 생기는 게 아니라 자궁 압박이 영향을 미치는 골반 아래쪽 정맥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어요. 부위마다 모양과 불편감, 분만 때 주의할 점이 조금씩 달라서 미리 알아두시면 본인 증상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가늠하시기 쉬워요.
| 부위 | 얼마나 흔한가요 | 주요 증상 | 분만·치료 |
|---|---|---|---|
| 다리(하지) | 가장 흔해요 | 구불구불한 푸른 혈관·묵직함·저녁에 심해짐 | 압박 스타킹, 출산 후 시술 |
| 외음부 | 드문 편이에요 | 외음부 부풀음·압박감·앉기 불편 | 산부인과에 알리기, 분만 시 출혈 대비 |
| 직장(치질) | 흔해요 | 항문 주변 혹·배변 시 통증·출혈 | 좌욕, 식이섬유, 처방받은 치질 연고 |
가장 흔한 다리 정맥류는 종아리 안쪽이나 허벅지 뒤쪽에서 시작해서 무릎 안쪽으로 이어지는 푸르거나 보랏빛 혈관으로 보여요. 처음엔 거미줄 모양의 가는 실핏줄(거미양 정맥)로 시작했다가 임신이 진행되면서 점점 굵고 구불구불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저녁이 될수록 묵직함과 욱신거림이 심해지고, 다리를 높이 올려두시면 잠시 편해지는 패턴이 특징이에요.
외음부 정맥류는 다리 정맥류보다 드물지만, 일상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적어 당황하시기 쉬운 부위예요. 외음부(질 입구 주변)가 부풀어 보이거나 묵직한 압박감이 들고,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 더 불편해져요. 분만 중 출혈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임신 후반기 진료 때 산부인과 담당 선생님께 미리 말씀해주세요. 대부분 자연분만이 가능하고, 의료진이 미리 알고 있으면 분만 때 준비가 한결 수월해져요. 생기는 이유와 출산 뒤 회복 과정은 외음부 정맥류에서 따로 자세히 다루고 있어요.
직장 정맥류, 즉 임신 중 치질도 같은 원리로 생기는 정맥 확장이에요. 임신 후반기로 갈수록 자궁 압박과 변비가 겹쳐 흔해지는 편이에요. 항문 주변에 작은 혹이 만져지거나 배변할 때 통증·출혈이 있을 수 있는데, 좌욕과 식이섬유 섭취로 대부분 관리되고 심하면 산부인과에서 임신 중에 쓸 수 있는 연고를 처방받으실 수 있어요.
증상이 어떻게 진행되나요
정맥류는 임신 중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변화라서, 어느 시기에 무엇이 보일 수 있는지 미리 알고 계시면 본인 증상이 흔한 범위인지 가늠하시기 쉬워요. 대부분의 변화는 임신 후반기로 갈수록 두드러지고, 출산 후 서서히 회복되는 흐름을 보여요.
임신 초기(1–13주)에는 정맥류가 거의 보이지 않아요. 다만 평소 정맥이 약하셨던 분은 이 시기에도 다리의 거미줄 같은 실핏줄이 조금씩 늘어나는 걸 느끼실 수 있어요. 호르몬 변화로 정맥 벽이 이미 느슨해지기 시작하는 시기이지만 혈액량 증가는 아직 본격적이지 않아서 겉으로 보이는 변화는 크지 않아요.
임신 중기(14–27주)부터 본격적으로 변화가 보이기 시작해요. 자궁이 골반을 벗어나 하대정맥을 누르기 시작하고 혈액량도 꾸준히 늘면서, 종아리나 허벅지에 푸른 혈관이 도드라지고 저녁에 다리가 묵직해지는 분이 늘어나요. 묵직함이나 가려움이 한 번이라도 느껴지신다면 이 시기부터 압박 스타킹을 시작해주시는 게 좋아요. 다리가 덜 붓고 덜 무거워서 하루를 버티기가 한결 수월해져요.
임신 후반기(28주–출산)는 증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구간이에요. 혈액량 증가가 정점에 이르고 자궁 압박도 가장 강해서, 다리 정맥이 굵고 길게 확장되고 외음부·치질 정맥류도 이 시기에 새로 생기시는 분이 많아요. 저녁에는 다리가 욱신거려서 잠들기 어렵고, 가려움과 피부 색 변화가 함께 나타날 수 있어요. 이 시기엔 매일 다리를 심장보다 높이 올려두는 시간을 20–30분 이상 챙겨주시면 그날 밤 편안함이 달라져요.
비약물 관리 — 압박 스타킹부터 자세까지
임신 중 정맥류 관리의 중심은 약이 아니라 정맥 안의 압력을 줄여주는 일상 습관이에요. 약물과 시술은 임신 중에는 거의 쓰지 않기 때문에, 출산 전까지는 아래 다섯 가지를 꾸준히 챙겨주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에요. 각각의 이유와 요령은 표 아래에서 한 번 더 풀어드릴게요.

| 관리법 | 언제·어떻게 | 기대할 수 있는 점 |
|---|---|---|
| 압박 스타킹 | 아침 기상 직후 착용, 저녁 자기 전 벗기 | 다리 무거움과 붓기 완화 |
| 다리 올리기 | 하루 2–3회, 매회 20–30분, 심장보다 위로 |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가기 쉬워짐, 붓기 감소 |
| 옆으로 자기 | 가능하면 왼쪽 옆으로, 다리 사이에 베개 | 하대정맥 압박이 줄어듦 |
| 산책·수영 | 매일 20–30분 | 종아리 근육 펌프가 움직여 순환 개선 |
| 다리 꼬기·오래 서 있기 피하기 | 1시간마다 자세 바꾸기 | 다리에 피가 고이는 시간 줄이기 |
압박 스타킹은 임신 중 정맥류 관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방법이에요. 연구로는 정맥류 자체를 막아준다는 근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다리가 무겁고 붓는 불편함을 덜어주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어요. 임신부에게는 가벼운 압박 등급(대략 15–20mmHg)이 흔히 쓰이니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서 고르시고, 임신부용이나 허리까지 오는 팬티스타킹 형태를 권해드려요. 아침에 일어나신 직후, 다리가 아직 붓기 전에 신으시면 효과가 가장 커요. 일단 다리가 부으면 스타킹을 신기도 어렵고, 부은 상태에서 압박하면 효과도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처음엔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1–2주 적응하시면 다리가 한결 편해지는 걸 느끼실 거예요.
다리 올리기는 시간만 확보하시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에요. 소파나 침대에 누워서 다리 아래에 베개를 두세 개 받쳐 다리가 심장보다 위쪽에 오도록 해주세요. 하루에 2–3회, 매회 20–30분씩 챙기시면 그날 저녁 다리의 묵직함이 덜해져요. 잠자리에 들기 전 마지막 20분이 특히 효과가 커요.
잘 때는 등을 대고 눕기보다 옆으로 누워주시고, 가능하면 왼쪽으로 누우시는 게 좋아요. 하대정맥이 몸 가운데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지나가서, 왼쪽으로 누우면 자궁이 이 정맥을 누르는 힘이 가장 적어지기 때문이에요. 밤새 자세가 바뀌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니 깨셨을 때 다시 옆으로 돌아누우시면 충분해요. 다리 사이에 베개를 끼우시면 골반도 한결 편해지고, 베개 배치 요령은 임신 중 수면에서 함께 보실 수 있어요.
산책과 수영은 종아리 근육을 규칙적으로 수축시켜서 정맥 혈액을 위로 밀어 올리는 근육 펌프 효과를 만들어요. 매일 20–30분 걷기, 또는 주 2–3회 수영을 추천드려요. 수영은 물의 부력과 수압이 다리 정맥을 받쳐줘서 특히 편하게 느끼시는 분이 많아요.
다리를 꼬는 자세, 한 자리에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자세는 다리에 피가 고이는 시간을 늘려 정맥류를 악화시켜요. 직장에서 오래 앉아 일하셔야 한다면 1시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짧게 걸어주시고, 발판이나 작은 상자에 발을 올려두시는 것도 도움이 돼요. 체중이 빠르게 늘면 다리 정맥에 가해지는 부담도 그만큼 커지니, 담당 의료진이 안내해주는 체중 증가 범위 안에서 지내시도록 함께 챙겨주세요.
임신 중 치료 vs 출산 후 치료
정맥류를 없애는 시술(경화요법·레이저·정맥 폐쇄술 등)은 임신 중에는 거의 하지 않아요. 출산 뒤 상당히 회복되는 경우가 많아 미리 치료할 이유가 적고, 호르몬과 혈액량 변화가 큰 시기에 시술하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우며, 마취제와 약물의 태아 안전성 문제도 있기 때문이에요.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도 임신 중에는 압박 스타킹 외의 시술을 권하지 않아요. 그래서 흔한 진료 흐름은 “임신 중에는 압박 스타킹과 자세 관리로 지내고, 출산 후 회복 과정을 지켜본 다음 남은 정맥류를 치료한다”는 순서예요.
| 시기 | 치료 옵션 | 비고 |
|---|---|---|
| 임신 중 | 압박 스타킹·자세 관리 | 시술은 미뤄요 (마취 안전성·자연 회복 가능성) |
| 출산 직후–3개월 | 압박 스타킹 유지, 관찰 | 호르몬·혈액량이 돌아오며 저절로 회복 진행 |
| 출산 후 3–12개월 | 남은 정맥류 평가 | 모유 수유 중이면 일부 시술은 상의 후 결정 |
| 모유 수유를 마친 뒤 | 경화요법·레이저·정맥 내 폐쇄술 | 혈관외과 상담 |
출산 직후부터 3개월까지는 압박 스타킹을 계속 신으시면서 회복 과정을 지켜봐요. 호르몬과 혈액량이 임신 전으로 돌아오면서 이 시기에 정맥류가 눈에 띄게 좋아지시는 분이 많아요. 그래서 이 시기에는 시술을 서두르기보다 몇 달 기다려보시는 게 일반적이에요. 산후 몇 주 동안은 혈전이 생기기 쉬운 시기이기도 해서, 의료진이 권한 기간까지는 스타킹을 꾸준히 신어주시는 게 좋아요.
출산 후 3–12개월 사이에는 남은 정맥류를 정확하게 평가받을 수 있어요. 혈관외과에서 도플러 초음파(혈액 흐름을 보는 초음파)로 정맥 판막 기능을 확인하고,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상담받으시면 좋아요. 모유 수유 중이라면 일부 약물·시술이 미뤄질 수 있어서 수유 계획을 함께 말씀해주세요.
모유 수유를 마치신 뒤가 본격적인 치료 시기예요. 작은 정맥류에는 가는 바늘로 정맥 안에 약물을 넣어 막는 경화요법을 많이 쓰고, 굵은 정맥에는 레이저나 고주파로 정맥 안쪽을 막는 정맥 내 폐쇄술(EVLA·RFA)을 흔히 써요. 대부분 외래에서 짧게 끝나고 회복도 빠른 편이에요.
자가 관리 체크리스트
매일 챙기실 항목을 한눈에 정리해드릴게요. 임신 중기부터 출산 전까지 이 다섯 가지를 루틴으로 만드시면 저녁마다 찾아오는 불편함을 한결 줄일 수 있어요.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압박 스타킹 신기 (다리가 붓기 전에)
- 1시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5분 걷기, 또는 발목 펌프 운동 10회
- 점심과 저녁에 다리를 심장보다 높이 올리고 20분 쉬기
- 잠자리는 옆으로, 다리 사이에 베개 끼우기
- 다리 꼬기·오래 서 있기·뜨거운 목욕(40℃ 이상) 피하기
발목 펌프 운동은 자리에 앉은 상태에서 발끝을 위아래로 천천히 10–15회 움직이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종아리 근육이 수축하면서 정맥 혈액을 위로 밀어 올려요. 회의 중이나 차 안처럼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담 없이 하실 수 있어요.
뜨거운 목욕이나 사우나는 피해주세요. 열이 정맥을 더 넓혀 증상을 악화시키고, 임신 중 체온이 높게 오르면 태아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어요. 목욕은 미지근한 물(37–38℃)로 짧게 하시고, 다리 마사지는 발끝에서 무릎 방향으로 부드럽게 해주세요.
추운 계절, 겨울옷과 난방 속에서 다리 챙기기
날이 추워지면 다리를 따뜻하게 감싸는 옷과 난방 기구를 자연스럽게 꺼내게 되죠. 그런데 정맥류가 있는 다리에는 추위보다 조임과 열이 더 큰 변수가 돼요. 종아리를 꽉 잡는 부츠나 허리·무릎 뒤를 조이는 고무줄은 다리에서 심장으로 올라가는 혈액의 길을 좁히고, 뜨거운 열은 이미 늘어난 정맥을 더 넓혀서 저녁 무렵 묵직함을 키워요. 여기에 추워서 바깥 산책을 거르고, 연말 모임이나 귀성길에 오래 앉아 있는 날까지 겹치면 종아리 근육 펌프가 멈춰 있는 시간도 길어져요. 겨울이라고 관리 원칙이 달라지는 건 아니고, 같은 원칙을 겨울 생활에 맞게 조금씩 바꿔주시면 돼요.
| 겨울에 흔한 상황 | 다리에서 생기는 일 | 이렇게 바꿔보세요 |
|---|---|---|
| 종아리까지 오는 롱부츠, 발목 고무가 꽉 끼는 양말 | 종아리 윗부분이 조여서 혈액이 위로 올라가기 어려워요 | 발목과 종아리가 넉넉한 부츠나 운동화를 골라주세요 |
| 압박 스타킹 대신 두꺼운 기모 레깅스만 입기 | 압력이 고르지 않고, 허리·무릎 뒤 고무줄이 조일 수 있어요 | 압박 스타킹을 먼저 신고 그 위에 넉넉한 바지를 겹쳐 입어주세요 |
| 전기장판·온수매트에 다리를 대고 오래 눕기 | 열 때문에 정맥이 늘어나고, 오래 닿으면 저온 화상 위험도 있어요 | 잠들기 전 이불 속을 데우는 용도로만 쓰고 온도는 낮게 맞춰주세요 |
| 뜨거운 족욕·반신욕 | 정맥이 넓어져서 나온 뒤 오히려 더 붓고 무거워요 | 미지근한 물로 짧게 하시고, 끝나면 다리를 올려 쉬어주세요 |
| 연말 모임·장거리 귀성으로 오래 앉아 있기 | 종아리 근육이 쉬면서 피가 다리에 고이고, 혈전 위험도 올라가요 | 1시간마다 일어나 걷고, 앉아서는 발목을 위아래로 움직여주세요 |
| 추워서 바깥 산책 거르기 | 걷는 양이 줄어 근육 펌프가 덜 움직여요 | 실내 복도나 따뜻한 실내 공간을 천천히 걷는 것으로 대신해주세요 |
표에서 가장 많이 놓치시는 게 두 번째 줄이에요. 기모 레깅스는 따뜻하지만 의료용 압박 스타킹처럼 발목에서 가장 세고 위로 갈수록 약해지도록 압력을 나눠 만든 옷이 아니라서, 정맥 관리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요. 겨울에는 압박 스타킹을 맨살에 먼저 신고, 그 위에 허리 고무줄이 배 아래를 누르지 않는 넉넉한 임부용 바지나 기모 바지를 겹쳐 입으시는 게 가장 무난해요. 스타킹 위에 두꺼운 양말을 겹칠 땐 발목 고무줄이 한 줄로 파고들지 않는지 확인해주세요. 난방이 강한 실내에 오래 계실 땐 바지를 한 겹 줄여 다리가 땀으로 축축해지지 않게 하시면 스타킹 속 가려움도 덜해요.
전기장판과 족욕은 차가운 발을 녹여줘서 편하게 느껴지지만, 열은 정맥을 넓히는 방향으로 작용해요. 잠든 사이엔 뜨거움을 잘 느끼지 못해서, 따뜻한 바닥에 다리를 오래 대고 있으면 모르는 사이 저온 화상이 생기기도 해요. 발이 시릴 때는 열을 직접 대기보다 수면 양말을 신고 다리를 베개 위에 올려두시는 편이 정맥에는 더 편해요. 장거리 이동이 예정되어 있다면 출발 날에도 압박 스타킹을 신고, 쉬는 곳마다 차에서 내려 잠깐씩 걸어주세요.
다리 저림·쥐와 혈전 신호 구분하기
겨울밤에는 다리에 쥐가 나서 깨는 일도 잦아지는데, 쥐와 혈전은 대처가 전혀 달라요. 쥐는 종아리 근육이 갑자기 단단하게 뭉쳤다가 몇 분 안에 풀리고, 발끝을 몸 쪽으로 당겨 늘려주면 한결 나아져요. 양쪽 다리에 번갈아 오는 경우가 많고, 풀린 뒤엔 뻐근함이 조금 남는 정도예요. 반면 한쪽 다리만 계속 붓고 아프면서 만졌을 때 따뜻하거나 단단하고, 쉬어도 그 상태가 풀리지 않는다면 혈전을 의심해야 하는 신호예요. 이럴 땐 세게 주무르거나 찜질하지 마시고 그날 바로 진료를 받아주세요. 쥐가 아니라 다리를 자꾸 움직이고 싶은 불편한 느낌 때문에 잠들기 어렵다면 하지불안 증후군일 수 있어서, 임신 중 하지불안 증후군에서 구분법을 함께 확인해보세요.
응급 신호 — 심부정맥혈전(DVT) 의심
대부분의 임신 중 정맥류는 불편하지만 위험하지 않아요. 그러나 드물게 깊은 정맥 안에 핏덩이가 생기는 심부정맥혈전증(Deep Vein Thrombosis, DVT)이 생길 수 있어요. 임신 중에는 피가 잘 굳는 쪽으로 몸이 바뀌어서, 미국산부인과학회(ACOG)에 따르면 임신부의 혈전 위험은 임신하지 않은 여성의 4–5배 정도예요. 혈전이 떨어져 폐로 가면 폐색전증이라는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의심되면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하는 응급 상황이에요.
다음 신호 중 하나라도 보이시면 시간대와 상관없이 응급실이나 산부인과로 바로 가주세요.
- 한쪽 다리만 갑자기 부어오름 (양쪽이 비슷하게 붓는 임신 부종과 다름)
- 한쪽 종아리나 허벅지의 깊은 통증 (걸을 때 더 심해짐)
- 부은 부위가 따뜻하고 붉게 변함
- 종아리를 손으로 짚으면 단단하고 아픔
-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가슴 통증·기침할 때 피 (폐색전증 의심, 바로 119)
가장 중요한 구분점은 “한쪽만”이에요. 임신 후반기에 다리가 붓는 건 흔하지만 대부분 양쪽이 비슷하게 부어요. 한쪽 다리만 눈에 띄게 더 붓고 단단하고 아프시면 혈전을 먼저 확인해봐야 해요. 진료실에서는 양쪽 종아리 둘레 차이가 3cm 이상이면 의미 있는 차이로 보기도 하지만, 집에서 줄자로 재보기보다 증상이 있으면 바로 진료를 받으시는 편이 빨라요.
열감과 붉은 변색이 혈관을 따라 줄처럼 나타나면 표재성 정맥염일 가능성도 있어요. 표재성 정맥염은 피부 바로 아래 정맥에 염증이 생긴 상태로 심부정맥혈전보다는 덜 위험하지만, 둘을 정확히 구분하려면 도플러 초음파가 필요해요. 직접 판단하시기보다 진료를 받으시는 게 안전해요.
폐색전증 신호인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이나 가슴 통증이 나타나면 바로 119에 신고해주세요. 임신 중 폐색전증은 엄마의 생명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지만, 빠르게 발견하면 대부분 치료할 수 있어요. 양쪽 다리가 함께 붓는 흔한 부종과 위험한 부종을 나누는 기준은 임신 중 부종에서 함께 정리해두었어요.
출산 후 회복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출산하시고 나면 정맥류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몸이 임신 전 상태로 돌아가는 흐름을 따라 점점 좋아져요. 어떤 시간표를 거치는지 미리 알고 계시면 너무 서둘러 시술을 결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출산 직후 1–2주는 호르몬이 크게 바뀌고 혈액량이 줄기 시작하면서 붓기와 정맥 확장이 가장 빠르게 줄어드는 시기예요. 출산 후 6주 무렵이면 혈액량과 자궁 크기가 임신 전에 가깝게 돌아오고, 다리 정맥에 가해지던 압력도 함께 줄어요. 이 시기까지 압박 스타킹을 계속 신어주시면 다리가 한결 가볍게 느껴지실 거예요.
출산 후 3개월 무렵에 한 번 평가를 받아보시면 좋아요. 이때쯤 다리 정맥류가 눈에 띄게 좋아졌거나 거의 사라진 분이 많고, 남은 정맥은 이후 몇 달에 걸쳐 더 회복되기도 해요. 외음부 정맥류는 출산 뒤 몇 주 안에 빠르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고, 치질은 식이 관리와 좌욕으로 산후 몇 주에서 몇 달 사이에 나아지는 경우가 많아요.
다만 임신 횟수가 늘수록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남는 정맥류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둘째나 셋째 계획이 있으시다면, 다음 임신 계획이 모두 끝난 뒤에 한꺼번에 치료하시는 쪽을 담당 의사와 상의해보셔도 좋아요.
러베의 한마디
다리에 도드라진 푸른 혈관과 저녁마다 욱신거리는 불편함은 임신 중에 아주 흔한 변화예요. 자궁이 커지고 혈액량이 늘고 호르몬이 바뀌는 임신 자체의 결과이지, 무언가를 잘못하셔서 생긴 게 아니에요. 추운 날엔 다리를 뜨겁게 데우기보다 압박 스타킹과 다리 올리기로 편하게 해주시고, 한쪽 다리만 붓고 아픈 신호만 꼭 기억해두세요. 가벼운 다리로 아기를 안아줄 날이 곧 올 거예요.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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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 ACOG Committee Opinion No. 804: Physical Activity and Exercise During Pregnancy and the Postpartum Period. Obstet Gynecol. 2020;135(4):e178–e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