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기다리면 다 말하게 돼요”라는 말이 모든 아이에게 맞는 건 아니에요. 이 글에서는 월령별로 대부분의 아이가 도달하는 기준선을 먼저 보고, 평가가 필요한 신호와 원인을 찾는 순서를 짚어볼게요. 감기와 중이염이 잦은 계절에 말이 늦다면 왜 귀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집에서 해볼 수 있는 언어 자극 방법까지 차례로 정리했어요.
언어 발달 이정표
아래 표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미국소아과학회(AAP)가 2022년에 개정한 발달 이정표를 바탕으로 정리했어요. 이 기준은 그 월령의 아이 대부분(약 75%)이 이미 할 수 있는 행동이라서, 해당 월령에 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한 번 확인해볼 신호로 봐주시면 돼요.
| 월령 | 말로 표현하기 | 알아듣기 |
|---|---|---|
| 12개월 | 엄마·아빠를 뜻을 알고 불러요, 손을 흔들어 인사해요 | ”안 돼”를 알아듣고 잠시 멈춰요 |
| 15개월 | 엄마·아빠 말고 단어를 1–2개 말하려고 해요, 원하는 걸 손가락으로 가리켜요 | 익숙한 물건 이름을 들으면 쳐다봐요 |
| 18개월 | 엄마·아빠 말고 단어를 3개 이상 말하려고 해요 | 몸짓 없이도 “줘” 같은 한 단계 지시를 따라요 |
| 24개월 | ”우유 더”처럼 두 단어를 붙여 말해요 | 그림책에서 물어본 그림을 가리켜요 |
| 30개월 | 단어를 50개 안팎으로 써요, 동작 단어를 넣어 두 단어 이상 말해요 | 그림책 그림을 가리키며 “이거 뭐야?” 물으면 이름을 말해요 |
| 36개월 | 말을 두 번 이상 주고받으며 대화해요 | ”누구”, “어디” 같은 질문을 이해하고 스스로도 물어요 |

이 표가 “평균”이 아니라 “대부분이 넘는 선”이라는 점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단어 50개는 30개월 칸에 있지만, 언어 평가 현장에서는 만 2세 무렵 단어가 50개 미만이거나 두 단어 조합이 없는 아이를 “말이 늦은 아이(late talker)“로 보고 평가를 권하는 경우가 많아요. 두 기준이 달라 보여도 결국 같은 이야기예요. 24개월에 두 단어 조합이 나오지 않는다면 지켜보기만 하기보다 한 번 확인해보시는 게 좋다는 뜻이에요.
알아듣는 능력도 말하는 능력만큼 중요해요. 말은 적어도 지시를 잘 알아듣고 가리키기·손 흔들기 같은 몸짓으로 의사를 잘 표현하는 아이는, 말과 이해가 모두 늦은 아이보다 따라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평가를 받으실 때는 아이가 몇 단어를 말하는지와 함께 얼마나 알아듣고 어떻게 의사를 전하는지를 같이 이야기해주시면 좋아요.
평가가 필요한 신호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월령 기준을 기다리지 말고 소아청소년과에서 먼저 상담해보세요.
- 12개월이 되어도 옹알이가 거의 없을 때
- 12개월이 지나도 가리키기나 손 흔들기 같은 몸짓이 없을 때
- 18개월에 뜻 있는 단어가 거의 없을 때
- 24개월에 두 단어 조합이 없을 때
- 하던 말을 안 하게 되는 등 말이나 의사소통이 뒤로 가는 모습이 보일 때
- 월령과 상관없이 이름을 불러도 잘 돌아보지 않을 때
옹알이는 단순한 소리 흉내가 아니라 듣는 것과 소리 내는 것이 연결되는 첫 단계예요. 옹알이가 적다면 청력부터 확인하는 경우가 많아요.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행동은 “저것 좀 같이 봐”라는 뜻이라서, 이 몸짓이 없다면 사회성 발달도 함께 살펴보는 게 좋아요.
하던 말이 사라지는 경우는 월령과 관계없이 빨리 평가를 받아보셔야 하는 신호예요. 청력 변화나 신경 발달 문제를 확인해야 할 수 있어서예요. 평가를 받는다는 건 지연을 진단받는 게 아니라 지금 발달 상황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영역별 신호를 더 자세히 보고 싶으시다면 발달 지연 신호와 진료 시점도 참고해보세요.
원인 탐색
청력 검사가 가장 먼저예요. 잘 들리지 않는 것은 말이 늦어지는 흔한 원인이고, 확인도 비교적 간단해요. 신생아 청각선별검사를 통과했더라도 이후에 중이염 때문에 일시적으로 덜 들리거나, 드물게 자라면서 청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 이비인후과나 청각 검사실에서 다시 확인하는 게 좋아요.
자폐 스펙트럼도 함께 고려해요. 평가할 때는 다음과 같은 모습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요.
- 눈을 잘 맞추는지
- 이름을 부르면 돌아보는지
- 부모님이 가리키는 것을 함께 보는지
- 부모님의 행동을 따라 하는지
미국소아과학회는 모든 아이에게 18개월과 24개월에 자폐 선별검사를 하도록 권하고 있어요. 선별 결과가 걱정된다고 해서 바로 진단이 되는 건 아니니, 결과를 받으시면 다음 단계를 의사와 차근차근 상의해주세요.
집에서 말을 들을 기회가 적거나 이중 언어 환경이라면 발달이 조금 느려 보일 수 있어요. 다만 이중 언어 자체가 언어 지연의 원인은 아니에요. 두 언어 모두에서 비슷하게 늦다면 단순한 이중 언어 효과가 아니라 평가가 필요한 신호일 수 있어요.
감기·중이염이 잦은 계절, 말이 늦다면 귀부터
늦가을부터 겨울까지는 감기가 잦고, 감기 끝에 중이염이 따라오는 일도 많아져요. 코와 귀를 잇는 관(이관)이 어린아이는 짧고 수평에 가까워서, 코감기의 염증이 귀 안쪽으로 쉽게 번지기 때문이에요. 열과 귀 통증이 있는 급성 중이염은 부모님이 알아채기 쉽지만, 그 뒤에 남는 삼출성 중이염은 조용히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삼출성 중이염은 고막 안쪽 공간에 물이 고여 있는 상태예요. 아프지도 않고 열도 없어서 겉으로는 다 나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물 때문에 소리가 물속에서 듣는 것처럼 먹먹하게 들릴 수 있어요. 미국 이비인후과학회(AAO-HNS) 진료지침에 따르면 아이들 대부분이 취학 전에 한 번 이상 겪을 만큼 흔하고, 대부분은 3개월 안에 저절로 좋아져요. 그런데 말을 한창 배우는 시기에 이 상태가 오래가거나 자주 반복되면, 말소리를 또렷하게 듣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어요.
| 상황 | 귀에서 일어나는 일 | 아이에게 보일 수 있는 모습 | 이렇게 확인해요 |
|---|---|---|---|
| 감기 끝에 열이 나고 귀를 만지며 울어요 | 급성 중이염으로 고막 안쪽에 염증과 고름이 생겼어요 | 밤에 자주 깨고 보채요 | 소아청소년과에서 귀 진찰을 받아주세요 |
| 급성 중이염 치료 후 열은 내렸어요 | 고막 안쪽에 물이 남아 있을 수 있어요 |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요 | 다음 진료 때 고막 상태를 다시 봐달라고 해주세요 |
| 물이 찬 상태가 3개월 넘게 이어져요 | 소리가 먹먹하게 전달되는 상태가 길어져요 | 불러도 반응이 늦거나 TV 소리를 키워달라고 해요 | 이비인후과에서 청력검사를 받아주세요 |
| 중이염이 한 해에도 여러 번 반복돼요 | 물이 빠졌다 찼다를 되풀이해요 | 말소리 발음이 뭉개지거나 단어가 잘 늘지 않아요 | 청력검사와 함께 환기관 시술이 필요한지 상의해요 |
| 신생아 청각선별검사는 통과했어요 | 그 뒤에 생기는 중이염이나 늦게 나타나는 난청은 걸러지지 않아요 | 옹알이나 단어가 또래보다 적어요 | 말이 늦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청력부터 다시 확인해요 |
| 감기와 상관없이 소리 반응이 줄었어요 | 중이염이 아닌 다른 원인의 난청일 수 있어요 | 큰 소리에도 덜 놀라고 이름에 잘 안 돌아봐요 | 정밀 청력검사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의뢰를 받아요 |
표에서 가장 눈여겨보실 곳은 둘째 줄이에요. 열이 내리고 아이가 잘 놀면 다 나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고막 안쪽의 물은 그 뒤로도 몇 주에서 몇 달까지 남아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중이염 치료가 끝날 때 고막 상태를 한 번 더 확인받으시면 좋아요. 진료지침은 물이 3개월 넘게 이어지거나 말이 늦은 아이에게 이 상태가 생겼을 때 청력검사를 하도록 권하고 있어요. 귀에 물만 찬 상태에는 항생제나 코감기약이 물을 빼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알아두시면, 약에만 기대지 않고 경과를 지켜보는 이유를 이해하기 쉬워요.
다섯째 줄도 자주 오해하는 부분이에요. 신생아 청각선별검사는 태어날 때의 청력을 확인하는 검사라서, 그 뒤에 생기는 중이염이나 서서히 진행되는 난청까지 걸러주지는 못해요. 가족 중 어릴 때부터 난청이 있었던 분이 있거나,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오래 있었다면 통과한 뒤에도 정기적으로 청력을 확인하는 게 권장돼요. 중이염 증상과 집에서의 관리는 영아 중이염 — 아기가 귀를 잡아당기며 울어요에 자세히 정리해두었어요. 하루 일과 속에서 말을 걸어주는 방법은 아기 언어 발달에서 계절별 장면으로 소개하고 있으니 함께 보시면 좋아요.
언어 발달을 도울 수 있는 것
그림책, 특히 같은 말이 반복되는 리듬 있는 책은 새로운 단어를 자연스럽게 들려줘요. 책장을 넘기고 그림을 가리키며 이름을 말해주는 동작이 함께 들어가서 더 오래 기억돼요. 긴 시간보다 짧게라도 매일 함께 읽는 습관이 쌓이는 게 더 도움이 돼요.
아이가 주도하는 놀이에 말을 붙여주세요.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것에 부모님이 이야기를 덧붙이는 방식이에요. 아이가 자동차를 잡으면 “빨간 자동차네”, “부릉부릉”처럼 지금 보고 있는 것을 바로 말로 표현해주시는 거예요. 이런 “병행 대화법(parallel talk)“은 언어치료에서도 자주 쓰는 방법이에요.
혼자 보는 화면 시간은 줄여주세요. 화면으로 듣는 말은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며 주고받는 말보다 배우는 효과가 훨씬 낮아요. 미국소아과학회는 18개월 전에는 영상 통화를 빼고 디지털 미디어를 피하도록 권하고, 세계보건기구(WHO)도 1세 이하에는 화면 시청을 권하지 않아요. 할머니·할아버지와 하는 영상 통화처럼 말을 주고받는 소통은 예외로 봐주셔도 괜찮아요.
자주 하는 오해
가족 중 말이 늦었던 분이 있다는 사실이 평가를 미룰 이유가 되지는 않아요. 가족력은 참고할 만한 요인일 뿐이고, 판단 기준은 우리 아이의 지금 발달이에요. 일찍 확인해두면 기다려도 되는지, 도움이 필요한지를 빨리 알 수 있어요. 이미 몇 달을 지켜보셨더라도 괜찮아요. 확인하기로 마음먹은 때부터 시작하시면 충분해요.
러베의 한마디
또래 아이가 말을 잘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시죠. 말이 늦을 때 귀를 먼저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고, 원인을 하나씩 지워가다 보면 걱정도 훨씬 가벼워져요. 겨울 감기철에는 중이염이 지나간 뒤 아이의 소리 반응만 조금 더 눈여겨봐주세요. 마음 편히 지켜봐주셔도 괜찮아요.
References
- Zubler JM, et al. Evidence-Informed Milestones for Developmental Surveillance Tools. Pediatrics. 2022;149(3):e2021052138. DOI
- Rosenfeld RM, et al. Clinical Practice Guideline: Otitis Media with Effusion (Update). Otolaryngol Head Neck Surg. 2016;154(1 Suppl):S1–S41. D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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